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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정말 많은 스타트업이 있다. 지금도 누군가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며 회사를 차리고 있을 것이다. 어떤 회사는 확실한 비전과 계획,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시작하고, 어떤 회사는 아이디어만으로 사업자부터 내고 보는 회사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스타트업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스타트업에 구직하는 지원자 입장에서 면접을 본다는 가정 하에 풀어 봤다.

 

 

대표가 면접 자리에 참여하는가?

면접이란 세상의 모든 회사가 신규 입사자를 받을 때 거치는 절차일 것이다. 물론 다른 방법으로 면접을 대체하는 회사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만큼 면접은 한 회사에 새로운 구성원이 된다는 의미에서 굉장히 중요한 자리이다. 만약 면접 자리에 대표가 참여하지 않고 CTO 등 다른 팀원들을 대신해서 면접에 참석하였는가? 내 개인적으로 그런 회사는 회사가 아무리 좋고 대표가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가지 않을 것이다.

 

말했다시피 면접은 회사와 구직자가 처음 대면하는 가장 중요한 자리이다. 면접 자리에서 회사의 방향성은 물론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대표 또는 지원자가 이 회사 또는 이 사업에 얼마나 큰 관심도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 등 아주 많은 정보들이 오갈 수 있는 자리다. 그런데 만약 그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이 정작 지원자와 처음으로 대면하는 자리에 나오지 않는다면, 회사는 무엇을 믿고 그 회사를 고용하고, 지원자는 무엇을 믿고 그 회사에 입사할까?

 

회사에 면접을 제외하고 코딩 테스트, 다단계 면접 (그 안좋은 다단계 말고, 여러 단계는 거치는 단계) 등 단계가 있다면 다른 사정이겠지만, 보통 스타트업에는 많은 단계를 거쳐 지원자를 채용할 시간도 없을 뿐더러,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고 일분 일초를 낭비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사정에서 면접 절차에 그리 많은 시간을 쏟지는 못할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사람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말이 꼭 '시간을 많이 투자하라'는 의미를 내포하지는 않는다. 나라면 많은 단계를 통해 지원자를 테스트하는 것보다는 스타트업을 대표하는 대표가 직접 지원자를 만나 면담하고, 그 자리에서 많은 정보를 주고받는 편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몰라도, 스타트업에서 팀원들과의 핏 (Fit, 서로 맞춰 나가는 것) 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세상에 없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세계에 이름을 알릴 만한 사람이 들어와 아무리 좋은 VC (Venture Capital; 벤처 스타트업 등에 투자하는 전문투자기관) 로부터 투자받는다고 해도, 팀원 간의 관계나 업무적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은 팀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구직자와 회사의 첫만남인 면접 자리에서 대표와 구직자가 직접 의사소통할 수 있는 자리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표가 그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는가?

한 회사, 특히 스타트업을 이끄는 대표라는 사람은 당연히 그 팀의 누구보다 해당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전문적이지 않더라도 전문가를 한 명 한 명 만나면서 미친 듯이 정보를 모으고 그 정보들을 내 프로덕트에 적용할 수 있는 미친 능력을 가진 대표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 미친 능력을 "창업을 하는 나" 가 무조건 가졌다고 보면 안 된다.

 

흔히 어떤 기업에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요즘 정말 많다. 하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TV에서 우량주라고, 미래에 전망이 있다고 하는 종목들은 이미 오를 대로 올랐고, 나 자신은 특별한 케이스라고 생각하고 떡상을 기대하는 경우 중 정말 떡상해서 투자에 성공한 케이스는 거의 없다. 코인 같이 말도 안 되게 떡상하는 경우는 제외하고 하는 말이다. 정말 말그대로 "떡상"을 해서 주식으로 몇백 퍼센트 혹은 그 이상의 수익률을 자랑하는 흔히 말하는 "고수"들은, 자신이 그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했거나, 그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 일찍부터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창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내가 만약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다녀도 바람이 불면 우산을 써도 옷이 젖는다는 것이 싫어서, 우산을 옷 아래까지 오도록 길게 만들거나, 우산 끝에 바람을 내뿜는 기계를 달아 본다고 해서 그것이 진짜 제품화가 되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이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 결국 내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우산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재료부터, 우산을 만드는 법, 그리고 그 우산에 보조 장치를 달아 내 아이디어를 그대로 구현하는 법, 그리고 만약 구현이 되었다면 그것을 동일한 제조공정을 통해 공장의 MOQ (Minimum Order Quantity; 최소주문수량) 을 맞춰 정상적으로 시장에 출시해야 한다.

 

이 과정이 과연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가? 보통 사람들이라면 우산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재료를 찾는 것부터 귀찮아서 그냥 유튜브를 찾아서 관련 아이디어를 직접 만드는 영상을 보고 "그렇게 효과가 있지는 않구나~" 하면서 지속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미 있는 우산을 개조해서 만들어 보는 등 다른 방법들도 있겠지만, 단순한 예시로 이해하면 된다.

 

이처럼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대표가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그 회사는 얼마 안 가 휘청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 대표보다 다른 사람이 이미 특허를 내고 상용화하고 있을지도.

 

 

대표가 회사나 사업에 대해 중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가?

회사는 동아리가 아니다. 소규모 프로젝트 팀도 아니다. 회사는 투자자로부터 돈을 끌어모아 시장에 제품을 출시해 반응을 이끌어내고, 그것을 통해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 매출을 일으키는 영리적 집단이다. 이 관점에서 보았을 때 계획은 정말 중요하다.

 

만약 위 예시대로 어떻게 비를 절대 맞지 않은 우산을 만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서 이 우산은 얼마나 비싼 가격에 어떤 수단을 활용해 어떤 방식으로 판매할까? 또, 실제로 사용자가 제품을 구매해서 쓰는 도중 제품에 이상이 생기면 어떻게 해결할까? 보증 기간은 어떻게 정할까? 회사가 제품을 팔아서 얼마를 남겨야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 만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까? 어떻게 좋은 공장을 찾아서 좋은 가격에 좋은 제품을 생산해낼까?

 

이 질문들은 흔히 스타트업에서 제품을 출시할 때 필수적으로 고민하는 것들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위 질문들 중 한 질문이라도 준비되지 않는다면 그 제품은 실패작으로 시장에서 조용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굳이 제품을 만드는 가정이 아니더라도, 대표가 사업을 운영하는 과점에서 회사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도 정말 중요한 사항 중 하나다. 엔젤 투자자 (사업 초창기에 몇천만 원 단위의 소규모 금액을 주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면 그 금액을 어떤 매입처에 얼마나 지출하여 추후에 얼마나 많은 이익을 창출할 것인지, 아니면 굳이 금액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1년, 3년, 혹은 5년 뒤에 이 회사는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 등 여러 사항을 미리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회사는 동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추가) 파트 타임은 피하자

이 섹션은 반드시 피해야 하는 요소는 아니다. 업무 형태는 회사마다, 그리고 사람마다 언제나 바뀔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 사업을 할 때는 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온전히 사업에만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사업을 하시는 대표님들은 사업에 풀타임으로 투자하는 것도 모자라 밤을 새 가면서 일에 매진한다. 사업에 있어서 자신이 목표한 일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흔히 VC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VC에서 어떤 기간동안 어떤 목표를 달성하라는 등 과정들을 통해 회사의 가능성을 평가하거나 계획을 수립 여부 등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구직자의 입장에서 스타트업에 지원할 때, 좋은 스타트업인지 구분하는 간단한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세상에는 아주 많은 회사들과 지원자들이 있지만, 필자가 5년 동안 스타트업의 초기 팀원으로 조인하고, 대표로써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관점에서 경험한 중요한 점들을 정리해 보았다.

 

사회 생활의 시작으로써 스타트업을 생각 중이시거나, 스타트업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 조금이나마 도움되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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